마이클샌델의 “정의”라는 책이 센세이션을 일으킨 것은 비단 우리나라의 일만이 아니었다.
국내에서는 EBS를 통해서 소개되었던 마이클샌델의 <하버드특강-정의>는 일본에서는 NHK를 통해서 방영되었고, 학계의 누구도 예상치 못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이 책의 저자는 당시 이 방송의 번역 감수와 해설을 맡았던 ‘고바야시 마사야’라는 동경대 출신의 지바대학 법경학부 교수이다. 이 책은 마이클 샌델의 ‘정의’라는 강의 핵심을 정리하고 수정 보안하여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엮은 일종의 그의 강의록 이라고 보면 될 것이다. 그래서 책의 내용을 살펴보면, 샌델은 이러해서 이러했다. 샌델은 그렇게 말했다. 하는 형식으로 샌델의 생각을 풀이하고 설명하는 형식으로 되어있다. 다시말해서 마이클샌델의 ‘정의’를 해설한 책이지 그의 다른 저작은 아니라는 것은 인지할 필요가 있다.
저자는 우선 왜 마이클샌델의 하버드강의가 이토록 센세이션을 일으켰는가를 먼저 분석했다. 말 그대로 하버드에서 학생들이 듣는 강의자체인데 어떻게 일반인들에게 이토록 큰 반향을 일으킬 수 있었는가 하는 문제이다. 저자는 아래와 같은 여덟가지 이유를 들었다.
첫째, 하버드대학교라는 지적 브랜드
둘째, 대중사회 속의 지적 오아시스,
셋째, 대화형 강의의 신선함,
넷째, 강의의 연극적 아트
다섯째, 사례나 도덕적 딜레마의 흡인력.
여섯째, 정치철학이라는 장르의 매력
일곱째, 세계의 시대상황과 매치
여덟째, 동아시아의 문화적 전통
이유야 어찌 되었던, 학술적 강의, 학술적 서적이 이토록 일반인들에게 큰 영향을 주는 일은 드문것이다. 비슷한 사례로 우리나라에서는 도올 김용옥 선생의 강의가 센세이션을 일으킨 적이 있었다. 도올선생이 쉽고 재미있게 풀어서 이야기했기에 재미있게 들었지만, 그 분의 강의도 심도있게 들여다 보면 절대 쉬운 내용들은 아니었는다. 그런데도 초등학생까지 TV 앞에 앉아서 경청을 했으니 놀라운 일이 아닐수 없다. 이 처럼 우리네 보통 사람들도 삶에 지쳐 여유가 없을 뿐이지 지적인 호기심은 늘 잠재되어 있는 것이다. 도올강의 이후로 국민적 관심을 끄는 특강이 크게 없었는데, 마이클 샌델이 ‘정의’라는 주제로 등장한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이책은 크게 다섯개의 큰 줄기를 가지고 샌델의 주장을 담고 있다.
1장 : 하버드 강의의 사상적 에센스
2장 : 존 롤스의 마술을 풀다
3장 : 공화주의의 재생을 위하여
4장 : 유전자공학에 의한 인간 개조 반대론
5장 : 공동체주의적 공화주의의 전개
샌델은 고바야시 교수에 대해 “그는 나의 정치철학을 깊이 이해하고 있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 말은 저자가 샌델의 ‘공동체주의적인 공공철학’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다는 말이고, 또한, 이 책이 샌델의 정의에 대한 생각을 잘 풀이한 책이라는 것을 간접적으로나마 인정한 것이라 할 수 있겠다.
방송된 비디오 강의는 시청각적이고 하버드의 대화형 강의라는 독특함 때문에 그런데로 본다고 하지만, 사실 마이클 샌들의 ‘정의’라는 책은 제대로 읽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이런 보완적인 해설서가 나오는 것인데, 이 책 역시 그리 녹록하고 쉬운 책은 아니다. 그래서 이렇게 보편적인 수준 이상의 내용이 담긴 서평을 쓰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자인한다. 하지만, 이를 잘 극복하고 완독하기만 한다면 자신의 지적 수준 역시 한두단계 쯤은 더 높아졌을 거라는 자부심을 가지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