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에게 바치는 1778가지 이야기룰 읽고

이 소설은 이미 영화로 완성되어 일본에서는 성황리에 개봉되었고, 국내에도 곧 소개될 예정이다.
운이 좋았는지, 나는 이 책을 접하기 전에 먼저 영화를 볼 기회가 있었다. 아직까지 국내에서 이 영화를 본 분들은 거의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영화와 소설의 이야기를 버무려서 책을 보는 분들에게도 도움이되고, 영화를 볼 분들에게도 참고가 될 수 있도록 조금은 비정상적인 서평을 적어보려고 한다.

동심을 간직한 순수하고 철없는 남편은 작가이다. 어느날 자신의 가장 최초의 독자이자 영원한 팬, 행복의 중심인 아내가 갑자기 암에 걸려버렸다. 1년 뒤를 알 수 없고, 5년 생존 가능성 제로.


의사는 퇴원하는 아내 가즈코에게 무조건 즐겁게 살라고 말해준다. 웃음은 면역력을 높여주니 늘 웃으려고 노력하라고 알려준다. 남편은 어떻게 하면 아내를 웃게 해줄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 결국,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글 쓰는 것 밖에 없다는 것을 깨닫고, 매일 재미있는 이야기를 써서 아내에게 선물하기로 한다. 일명 <쇼트쇼트 스토리>, 책을 내기 위한 소설이 아닌 유일한 독자 아내만을 위한 창작이다.


하지만, SF만 써왔던 남편이 쓴 이야기들은 사실 크게 재미있지는 않았다. 마치 에세이처럼… 그런데도 남편은 자신과의 약속대로 매일 한 편씩의 재미있는 이야기를 써서 들고 온다. 아내는 결국 남편을 위해 웃기를 시작한다. 그러자, 남편은 아내를 웃게 만들수 있게 되었다고 기뻐한다. 남편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며 아내는 그를 위해서 더 즐겁게 웃어 주어야겠다고 결심한다.


그렇게 매일 쓰기 시작한 이야기는 365회가 지나고 730회를 넘어섰다. 의사가 선고한 시한부 1년을 지나 2년이 지난 것이다. 물론 병은 더욱 악화되었지만 아내는 잘 견뎌주고 있다. 소설은 이제 1020호를 지나고, 1470화에 이르렀다 무려 4년을 버텨낸 것이다.
 

기적적이긴 하지만 아내는 이제 누워서 지낼 수 밖에 없는 상태로 악화되었다. 1775화를 넘어섰을때 아내도 남편도 더 이상 버텨내기 힘들 정도로 지쳐있다. 독자는 이 단편이 몇 편까지 쓰여질지 알고 있지만, 정작 주인공들은 언제 끝나게 될 지 알지 못 하기에 안타까움은 점점 더해간다. 결국 아내가 떠나고 남편은 1778화, 마지막 이야기를 그녀에게 바친다. 


분명히 말씀 드릴 수 있는 것은 영화나 소설이나 두가지 모두 너무나 훌륭하다는 점이다.
스토리는 하나 이지만, 표현 방법에 따라서 이렇게 다양한 감정이 전해 질 수 있구나하는 것을 느끼게 해주었다. 따라서, 이 책을 읽을 분들은 영화도 꼭 보시라고 권해드리고, 만약, 영화를 먼저 보신 분이라면 이 책을 통해서 영화에서의 형상화된 장면들이 원래 어떤 느낌이었는 지를 꼭 확인해 보시라고 권해드린다.


특히 이 책의 마지막인 1778화는 압권이다. 책을 보고서야 비로서 영화에서 무엇을 표현하고자 했는지 제대로 이해할 수 있었다. (그렇다고, 절대 책의 뒷장을 먼저 들춰보는 우를 범하지 않기 바란다. 감동이란 그런 사소한 행위에도 반감되어 흩어져 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영화에서 남편은 SF 소설만 집착하는 작가로 나오지만, 원작인 소설에서 보면 지나치게 SF만 고집하는 작가로 표현되지는 않는다. SF 작가이기는 하지만, <쇼트쇼트 스토리>에는 그저 평이한 일상적 글들이 더 많이 나온다. 영화에서 SF적 표현에 엄청난 CG를 투여하여 형상화 한 것은, 아마도 34년생인 노저자에 대한 오마주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다. 작가는 2000여편의 단편 SF를 저작한 것으로 유명한 일본의 대표 SF작가였기 때문이다.


영화에서 초난강과 타케우치 요코는 의외로 잘 어울리는 커플이었다. 2003년 국내에서도 인기있었던 영화 요미가에리(환생) 이후 7년만의 부부 역할로 재회한 것이라고 하니 팬들에게는 즐거운 소식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보통 소설을 읽고 영화를 보면, 시간 제약에 의한 압축된 스토리 때문에 불만족스러운 경우가 많은데, 이 소설과 영화는 그런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다.  서로 상호 보완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일단 소설을 재미있게 읽고, 이 작품이 영화의 상상력으로 어떻게 영상화 되었는지 비교해 본다면 두배의 재미와 감동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어찌어찌 하다보니, 서평인지 영화평인지 모를 이상한 글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이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보실 분들에게는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서평이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