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크홀을 읽고

인터넷에서 도시의 중앙에 마치 운석이라도 맞은 듯한 거대한 구멍이 뚫린 사진을 본 적이 있다.  마치 합성 사진 같은 그 사진은 실제 지구상에서 일어나는 싱크홀이라는 현상이라고 했다. 신기해서 그 사진 기사를 한참이나 살펴보았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그런 싱크홀을 소재로한 소설이 나왔다는 소식에 귀가 솔깃하지 않을 수 없었다. 책의 제목도 싱크홀, 그리고 소설의 형식은 재난소설이라고 한다. 사진기사를 본 나로서는 흥미가 생기지 않을 수 가 없었다.

소설의 첫 장면은 에베레스트를 등정하는 혁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도심의 대형 빌딩이 싱크 된다는 설정의 재난 소설이라면, 등산가로 시작한 것은 작가의 탁월한 선택이라는 생각이다. 소설을 집어든 사람은 일단 기본적으로 싱크홀에서의 대재난 이라는 것 정도는 알고 책을 읽게 되므로, 시작부터 혁의 활약이 기대되게 하는 좋은 프롤로그라 하겠다.


그 다음으로는 D-7일째 부터 주요 등장 인물들의 성격과 상황을 소개하는 스타일로 진행이되다. 혁, 민주, 소희, 영준, 달봉, 안나, 양회장과 그의 아들 동호 등이 그들이다. D-day 는 당연히 대재난, 그리고 그 이후는 재난을 극복하는 과정과 위기상황에서 나나타나는 여러가지 인간 군상들의 행태들이 흥미롭게 그려진다.  


싱크홀이 발생하기 전과, 발생 후의 배분이 적절해서 마음에 든다, 보통 재난 소설의 경우 쓸데 없이 복잡하고 긴 초반 설정으로 인해서 본론에 들어가기도 전에 진을 다 빼놓는 경우가 많은데, 이 소설은 상당히 빠른 진행과 쉽게 잘 읽히는 문장 구사로 지루함 없이 사건까지 다다르게 하는 점이 좋았다.


다만, 100층 초대형 빌딩 초고층 클럽의 개막 파티 중에 싱크 된다는 설정은 타워링, 포세이돈 어드벤처 등의 재난 영화를 연상하게 한다. 어찌보면 살짝 식상하기도 하지만, 그런 대재난 영화들의 오마주 라고 생각하고 봐줘도 좋을 듯하다. 그게 중요한 건 아니니까…


이 소설은 대 재난이라는 소재에 비해서는 정말 잘 읽히는 소설이다. 이렇게 빨리 잘 읽히는 소설도 드물 듯하다. 첫째는 이재익 작가의 필체가 독자들을 편안하게 한다는 것일 것이고, 둘째는 지질이나 편집 등이 소설로서 적당하기 때문이라는 생각이다. 거기에 싱크홀이라는 이색 소재는 독자의 호기심을 충분히 자극하여 몰입도를 높여준다.


조금 아쉬운 것은 싱크 되는 장면의 묘사가 너무 싱거웠다 점이라 하겠다. 재난 영화나 소설의 백미는 그 것을 극복하는 장면보다 재난이 일어나는 순간인데, 이 소설에서 그 부분이 너무 쉽게 설명된 점이 다소 아쉽다 하겠다. 기대했던 D-day에 그저 <빌딩이 사라졌다> 라는 건 너무 허무하지 않은가?


얼마전 일본의 지진에 의한 재해도 그렇고, 화산의 활동이나 싱크홀 등이 발생하는 것은 지국가 아직 살아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마치 고래의 등에 올라 탄 생물처럼, 우리는 지구라는 살아있는 살아있는 광물에 아주 짧은 시간 기생하는 존재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니 어떠한 예측 못한 천재지변이 우리의 생명을 위협할 지 알 수 없다.


이 소설은 그런 한계 상황에서 펼쳐지는 인간 군상의 모습을 담아낸 소설이다 무겁고 문학성 짙은 작품의 완독보다 흥미롭고 잘 읽히는 재미있는 속독용 소설을 찾는 분에게 추천 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