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 없는 환상곡을 읽고

저자인 오쿠이즈미 히카루가 슈만탄생 200주년을 기념하여 발표한 소설이다. 또한, 고단샤의 창립 100주년기념 시리즈로 출간되어 성공한 작품이기도 하다. 소위 말하는 장르문학이 아닌 순수문학을 지향하는 작가임에도 미스테리물이나 허구와 현실을 적절히 혼합하여 작품을 완성하는데 정평이 나있다고 한다. 이 작품 역시, 슈만을 신봉하는 연주자를 등장시켜 슈만이라는 음악 거성의 작품세계와 숨겨졌던 이야기들을 소개함과 동시에 미스터리의 기법을 가미하여 쓰여진 책이다. 그리고 원제는 “슈만의 손가락”이었는데, 국내에 번역 출판을 하면서 “손가락 없는 환상곡”으로 바꾸었다고 한다. 원제에 비해서 훨씬 나은 제목이 된 것같다. 아울러 표지의 사진과도 잘어울려서 멋진 책이 된듯하다. 

실제 슈만은 20세 무렵부터 손가락의 마비증세로 피아노를 연주 할 수 없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연주가 아닌 작곡으로서 많은 저작을 남기게 된다. 슈만의 작품들이 유독 연주하기 어려운 것은 자신이 연주할 수 없게 된 것에 대한 사심어린 복수가 아닐까하는 이야기도 있다고 한다. 이 소설의 원제와 소설의 모티브는 바로 그 사실에서 따온 것이다. 소설 중에는 그 동안 알지 못했던 슈만의 일화들이 많이 나온다. 클래식을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좋은 지식 충전의 기회도 함께 제공한다 하겠다. 


소설은 한 통의 편지로 부터 시작된다. 유학중이던 시카우치 켄이치로가 가운데 손가락이 두마디나  절단되는 사고를 당했던 나가미네 마사토가 연주하는 장면을 목격했다고 알려온 것이다. 귀국하면 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자고 했던 켄이치로는 그만 암으로 사망하여 돌아오지 못했다. 이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주인공 사토하시 유는 마사토, 켄이치로와는 학창시절(고교시절) 친구였으나 대학에서 의대로 전과하여 의사가 된 인물이다. 마사토는 슈만의 마니아였다. 그래서 슈만에 대한 다양한 지식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슈만이 쇼팽보다 낮게 취급되는 것이 불만이었고, 슈만의 음악을 연주하지 않은 음악가들을 경멸했다. 슈만이 만들었던 ‘다비드동맹’을 본따서 ‘우리들의 다비드동맹’이라는 것도 만들어 함께 활동하고 잡지도 만들어 발행하기도 한다.


정적이 흐르던 늦은 밤의 학교, 사토하시 유는 마사토가 홀로 연주하는 슈만의 <환상곡 다장조>가 연주되는 것을 몰래 엿듣던 중 느닷없는 벌어진 살인사건의 목격자가 되면서 소설의 흐름은 급격하게 변화한다. 초반 슈만의 음악 중심이던 이야기가 갑자기 미스터리한 사건 속으로 빠져들게되는 것이다. 마사토의 손가락은 어쩌다 절단되었는지, 사건은 어떻게 결말지어지는 지는… 직접 책에서 확인하기 바란다..^^


나는 보통 밖에서 책을 읽을 때, 책표지를 하고 다니는 편이다. 다른 사람이 내가 뭘 읽는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마음을 읽히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책은 표지 없이 그냥 들고 다니며 읽었다. 표지 디자인과 제목이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요즘 많이 나오는 가벼운 지질에 판형도 적당하여 들고다니며 읽기에 좋았다. 여러모로 마음에 드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