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쿠라바 가즈키의 소설을 읽고

추리소설 서평에 있어 최고라고 할 수 있는 이는 누가 뭐라고 해도 <물만두 홍윤>님일 것이다.
불치의 병으로 세상을 떠나기 전 10년 동안, 거동도 못하고 점점 약해져가는 몸으로 그녀는 무려 1838편의 추리소설 서평을 남겼다.  


2010년 10월 세상을 떠나 이제 고인이 된 그녀가 남긴 서평중에 2007년에 읽은 작품 중에 최고라고 꼽은 작품이 있었으니, 그 책의 이름은 <아카쿠치바의 전설>이다. 3대에 걸친 여인의 삶을 잘 표현한 작품이다.


<아카쿠치바의 전설>의 작가가 바로 <사쿠라바 가즈키>이다. 그의 최신작이 출간되었으니 바로 <토막난 시체들의 밤 (ばらばら死體の夜)>이다. 이 책은 일본에서 2011년 5월에 출간되었고 올해 바로 번역 출간이 되었으니 꽤 빠른 출간인 셈이다.


프롤로그는 특이하게 두개의 챕터로 되어있는데, 첫번째는 관계를 믿고있는 남녀의 이야기이다. 그런데, 바로 뒤 두번째 챕터에서 몇달 뒤 그 남자를 살해하고 토막내고 있는 여인의 모습이 그려진다. 꽤나 충격적인 프롤로그가 아닐 수 없다.


<사쿠라바 가즈키>는 남자의 이름을 쓰고있지만, 실제는 여류작가이다. 그래서인지 치밀한 심리묘사가 뛰어나다. 스토리의 진행방식도 독특하고 흥미롭다. 고서점의 2층에 얹혀살고 있는여인, 강간을 당하면서도 방금 칠한 손톱이 상할까봐 더 걱정을 하는 장면에서 그녀의 성격이 어떠한지 잘 나타난다. 예전에 그 방에 살았던 이로서 그녀를 강간하고, 계속 불륜의 관계를 갖게 되는 중년의 남자. 이 두남녀의 이야기가 이 소설의 중심축이다.

이 두사람은 모두 경제적으로 바닥을 경험했었고, 또한 그런 상태에 있는 사람들이다. 중년의 남자는 좋은 집안, 부자인 아내를 맞이했지만 여전히 자신에게 주어진 경제적 여유는 없다. 이 사회의 경제 구조라는 것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서민들들이 미래의 행복을 꿈꾸며 희생하고 살아가고 있는 오늘이, 어째서 결코 벗어날 수 없는 거미줄 처럼 갈수록 자신들을 옥죄어 들어 가는지를 각자의 시점에서 이야기한다.


결코, 밝고 즐겁고 희망적인 이야기는 아니다. 이렇게 힘겨운 이야기를 하고있는데, 소설의 책장은 너무나 쉽게 넘어간다. 마치 퍼즐을 풀어나가듯 시간을 맞춰나가다 보면 어느덧 남은 페이지가 아까워지는 소설이다. 한마디로 재미있다는 말이다. <사쿠라바 가즈키>가 얼마나 좋은 필력을 가진 작가인지 다시한번 보여준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