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는 이 책의 머리말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우리가 노인을 구박하고 모욕하면 우리 사회 전반에 어떤 결과가 초래되는지는 안타깝게도 우리 부모님이 그런 일을 당하고 나서야 깨닫게 된다.> 노모를 모시고 있는 입장에서 가슴에 절절히 공감되는 머릿말이라 하겠다. 이 책은 이렇듯 우리가 살아가면서 알게 모르게 경험하게 되는 수 많은 <상처>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 책은 세개의 파트로 나뉘어 있다.
첫번째 파트는 <무엇이 우리에게 상처를 주는가?> 이다.
이 파트를 시작하면서 저자는 자신이 상담했던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어린시절 수업시간에 파란 색종이로 해바라기를 만들다, 선생님에게 파란 해바라기가 어디 있냐며 들은 핀잔이 40년이 지나도 상처로 남아있다는 이야기… 오랫만에 집에 돌아와 반가운 마음에 초인종을 마구 눌렀다가 오히려 부모님으로 부터 회초리를 맞았던 이야기…등등
어린시절 이 사소한 해프닝 같은 작은 일들은 의외로 큰 상처가되어 수십 년이 지나도 치유되지 않고 평생트라우마가 남는다. 돌이켜 보면 이런 이야기들이 우리네 삶에는 비일비재한 일이 아니었던가? 어찌 나만 상처 받았겠는가, 무심히 던진 작은 말과 행동으로 우리는 또 얼마나 많은 이들에게 이와 같이 평생 잊지 못한 트라우마를 안겼을까? 순간을 참지못하고 욱해서 던진 말 한마디로 후회해 본 경험들은 누구나 몇 번쯤은 가지고 있을 것이다.
저자는 그런 작은 상처들은이 의외로 인생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한다. 그런 사소한 트라우마가 인성을 변화시키고 삶의 방향을 좌우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처는 학교라는 집단 교육 속에서 또한 많이 받게된다. 왕따라던가, 선생님의 실언이라던가… 다시 생각해 보면 정말 심각한 문제이다.
다양한 이들의 아픔과 상처가 담긴 첫번째 파트를 읽고 내가 느낀 것은, 내 삶에 대한 반성이다. 어린시절 행했던 사소한 행동들이 얼마나 많은 친구들에게 상처를 주었을지, 어쩌면 상대는 이미 잊었을지 모르지만, 내가 했던 철없는 행동들이 생각나서 미안하고 가슴 아파지기도 했다. 삶이 우리에게 주는 상처에 대해서 그동안 우리가 너무나 무심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되었다.
두번째 파트는 <어떻게 상처를 다룰 것인가?>에 대하여 이야기를 하고 있다.
영웅의 이야기, 상처 속에 재능 이야기 등… 상처에 대처하는 많은 요령들이 여러가지 사례 등을 통해서 나열하고 있는데, 솔직히 별로 치유 되는 느낌은 없다. 상처에 대한 이야기가 있으니 필연적으로 따라야 할 치유의 장이었다고 생각한다. 여러가지 치유의 이야기를 나는 소설읽듯 가볍게 읽고 넘겼다.
세번째 파트는 <나와 남에게 상처 주지 않는 기술>에 대하여 이야기 하고 있다.
사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 장이 아닐까 한다. 첫 파트가 반성이었다면, 이 장은 앞으로 살아가는데 도움이 될 이야기가 담겨있다. 마음, 공감, 아량, 용서, 화해 등등에 관련된 주옥같은 이야기들이 인용되어 있다.
번역이 좋은 것인지 그 인용구들 하나 하나가 마음에 와 닿았다. 저자와 나의 코드가 맞는 것인지 최근에 읽은 많은 책들 중에서 마음에 드는 구절들이 가장 많이 등장하는 책이었다는 생각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어쩌면 살아 간다는 것, 그리고 우리가 살아낸 그 삶의 궤적은 자체가 하나의 커다란 상흔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상처를 남기고 치유하고, 또 다시 상처 입고 치유하고… 때로는 상처인 줄 모르고 자연치유되는 상처도 있고, 내가 비수가 되었는 지도 모르고 끊임 없어 상대의 상처를 긁어 대던 일도 많았으리라. 그 것들을 문득 깨닫게 되는 것. 그것이 바로 치유의 시작이고 이 책이 소중하게 느껴지는 이유이다.
우선 이 책은 아이들의 교육을 맡고 있는 교사들이 먼저 읽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특히 유년기나 초등학교 학생들을 다루는 교사들에게는 의무적으로 읽게 하고 싶은 책이다. 다음으로 부모들와 자녀가 함께 읽으면 좋을 듯하다. 사회가 변화하려면, 교육이 변해야 한다.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아서 몰랐던 상처에 관한 이야기들… 이 책을 통해서 많이 배울 수 있었다.